정부가 2025년 6월 개정·시행한 농지법 시행령은 농업진흥지역 안팎에서 허용 시설의 종류와 면적 제한을 대폭 풀고, 농지전용 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겼다. 근로자 숙소·쉼터 설치, 가공‧저장시설 면적 확대, 농촌특화지구 내 물류·창고시설 입지 허용이 핵심이다. 종전에는 농지를 물류창고로 전용하려면 중앙 부처 심사와 농지보전부담금(개별공시지가 30%)을 거쳐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됐지만, 앞으로는 지자체 단독 심사와 부담금 인하(20%)로 처리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정책 당국은 “유휴 농지를 물류·스마트팜·체험형 관광 등 지역 수익시설로 전환해 농촌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책 배경과 필요성
주요 고속도로·항만 인근 농업진흥지역은 물류 거점으로서 지리적 강점을 지니지만, 그간 농지보전 논리 탓에 창고·물류센터 건립이 제한돼 왔다. 반면 수도권과 영남권의 전자상거래·3PL 기업은 ‘라스트마일’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심 반경 1시간 내 대형 물류시설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물류시장 전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수도권 A급 물류센터 순흡수면적은 15만4천평으로 신규 공급량을 상회했고, 임대료는 처음으로 평당 3만5천원을 돌파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 공실률이 16.5%까지 하락한 가운데, 인접한 농지의 전용 문의가 급증했다. 정부는 물류 인프라 부족이 지역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업계와 지자체의 건의에 따라 ‘농지의 효율적 전용’을 허용하면서도, 허가권을 지자체에 위임해 난개발을 차단한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개정안 핵심 내용과 기대 효과
① 허가 절차 간소화‧권한 위임
농지전용 심사 권한이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으로 단계별 위임돼 행정 기간이 180일→60일로 단축된다. 허가 과정에서 환경·교통 영향평가는 ‘물류창고 표준지침’으로 일원화돼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
② 허용 시설 및 면적 확대
농수산물 가공‧저장·배송시설의 최대 면적 한도가 1.5㏊→3㏊로 두 배 늘어 대형 물류센터 입지가 가능해졌다. 농촌특화지구에서는 창고·풀필먼트센터도 ‘농업부가가치 향상시설’로 인정돼 별도 부담금 없이 설치할 수 있다.
③ 부담금 인하·세제 인센티브
농지보전부담금이 개별공시지가 대비 30%→20%로 내려가 초기 투자비용이 평균 2억 원 이상 절감된다. 물류창고용으로 전용 후 8년 이상 영업 시 취득세 50% 감면, 재산세 25% 감면이 적용된다.
④ 물류 수요 분산·지역경제 활성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부울경·충청권 등에도 추가 물류벨트를 조성한다. JLL 보고서는 부울경 A급 물류센터 임차수요가 해마다 3% 이상 성장하며 제2 물류권역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용 허가 완화는 해당 권역의 창고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 임대수익·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스크와 향후 과제
농민단체는 “무분별한 전용이 식량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전용 총량제’와 환경영향 사전 평가 강화를 요구한다. 동시에 물류·산업계는 “지자체별 해석 차이로 행정 리스크가 남아 있다”며 세부 가이드라인 조기 확정을 촉구한다.
앞으로는 △전용 가능 농지 등급 세분화 △환경·경관 기준 강화 △농지복구부담금 탄력 적용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 토지 소유주·투자자라면 ‘지자체 업무 처리 기준’과 물류 수요 분석을 면밀히 검토해 사업성을 따지는 것이 안전하다. 정책 취지가 ‘농촌경제 활성화’에 있는 만큼, 전용 수익 일부를 농업기반시설 유지‧보전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진정한 상생이 가능하다.